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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ux 운영체제 커널 개발자 리누스 토발즈 자서전 '리눅스 그냥 재미로 Just for fun' 본문
세상을 살면서 뭘 한번 해보겠다고 작정하며 덤비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만, 그냥 재미로 하다가 나도 모르게 혁신을 이룰 때가 많이 있습니다. 리눅스(Linux)라는 운영체제가 바로 그런 과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수학을 좋아하는 핀란드 어느 학생이 컴컴한 골방에서 재미삼아 만들어 본 것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지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운영체제와는 다르게 완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 리눅스. 이번에 리눅스를 제대로 공부할 생각에 리눅스 개발자(리누스 토발즈)의 자서전을 교양 삼아(그리고 동기부여 삼아) 읽어보았습니다.
리눅스 그냥 재미로 (just for fun, Linux)
IT쪽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게 학창시절 괴짜로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게이츠, 스티브잡스는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까지 보통사람이 아니지요. 무엇 하나에 빠지면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몰입능력을 갖춘 그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괴짜로 보이는데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하면서 느꼈던 흥분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컴퓨터에게 무엇인가를 명령하는 순간, 당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컴퓨터, 한치의 오차 없이 끊임없이 당신의 명령을 이행하는 컴퓨터, 불평 한마디 없이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컴퓨터를 보며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프로그래밍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다. (P.120)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리누스 토발즈는 말합니다. 요즘은 리눅스가 개발될 당시보다 컴퓨터의 기술이 너무 다양화 되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컴퓨터 분야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드웨어를 다루는 로우레벨 프로그래머라면 컴퓨터 작동원리는 분명 필요한 부분입니다. 리눅스 커널을 개발할 정도라면 리누스가 컴퓨터 구조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있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참로고 리누스는 학창시절 수학, 과학을 참 잘했다고 합니다.)
나는 꽤 일찍부터 사람들을 리드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알아서 내버려두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시키는 것보다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는 또한 실수를 범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을 줄 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들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줄 안다. (P.185)
리누스는 자신의 게으린 탓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건 정말 부러운 리더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실수를 했을 때 바로잡아주는 리더쉽까지는 바라지 않겠으니, 제발 반대로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해주길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어라.
자신이 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라.
재밌게 하라 (P.261)
이것은 리누스 토발즈의 황금률인데 다 맞는 말이네요.
오픈 소스에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떻게 그 많은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기꺼이 일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 수수께끼는 금세 풀린다.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된 사회에서 돈은 가장 큰 동기부여 요인이 아니다.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할 때, 즉 일을 즐길 때, 가장 그 일을 잘 해낸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얘기이다. 이는 작가와 예술가, 연예인, 엔지니어 등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오픈 소스 모델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 속에서 열정을 행동에 옮길 기회를 주었다. 회사가 고용한 몇몇 사람들이 아닌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일하며 재미도 볼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길 원한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의욕을 북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P.324)
사람들이 아무런 금전적 대가도 없이,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프로그래머로서 오프스소를 공짜로 사용한 적은 있지만, 아직 개발에 참여한 이력이 없는 현실이 씁쓸하네요. 아무래도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탓이 큰데 이번에 제대로 공부해서 관심 가는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거나 참여를 하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말이 쉽지 하나의 오픈소스를 운영하며 그것으로 신뢰를 얻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리누스는 오픈소스, 특허, 지적재산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항상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IT분야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경제적 요인 때문에 모든 게 결정되지 않는 기술세계이다. 난 언젠가 지적재산권법이 그것으로 이익을 가장 많이 얻는 사람이 아닌, 도덕의 지배를 맏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P.305)
이런 리누스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특허, 저작권 등은 좋은 면도 있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뭔가를 개발하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도 법적 대응 능력이 없으면 빼앗기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보통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함정. (아무튼 멋진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 질 좋은 고용을 많이 창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존하라. 사회화하라. 즐겨라.
리눅스는 동기와 관련된 가려운 곳 두 군데를 동시에 긁어주는 수단이었다. 생존이 당연한 것이 되자, 리눅스가 그 대신에 모든 작업에 참여한다는 사회적 동기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지적 도전을 즐긴다는 오락적 동기까지 만족시켜 준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진 않았지만 이메일을 통해 메마른 정보 교환 이상의 것, 즉 우정과 여타 사회적 결속을 체험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 우주에서 다른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면 우리의 첫마디가 "우릴 당신의 지도자에게로 안내하시오."가 아니라 "이봐, 신나게 놀아보자고!"가 될 것임을 뜻한다. 물론, 내가 틀린 건지도 모른다. (P.349)
리누스 토발즈는 이 책의 처음과 끝을 이 말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생존하라. 사회화하라. 즐겨라' 이것들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동기부여요소, 삶의 의미)인데, 리눅스(Linux)가 여기에 딱 부합하는 매력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꼭 리눅스가 아니더라도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큰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플랫폼'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이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리눅스 그냥 재미로 Just for fun' 절판된 책이라 중고서점에서 별 생각없이 산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리누스 토발즈의 리눅스 개발 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것도 좋았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식, 철학을 훔쳐보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리누스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과 글솜씨도 배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리눅스를 공부하기전 동기부여 차원에서 읽은 책인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아 참으로 만족스럽네요. 리눅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럼 리누스가 리눅스 커널을 만들 때 그 열정을 그대로 이어받아 열심히 공부해야겠네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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