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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기술이 아닌 고전에서 찾은 진정한 대화법 '말공부' - 조윤제 지음 본문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말공부
대화에는 격이 있어야 하고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살면서,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면서 산다.
회의도 일종의 대화요, 프레젠테이션도 어떻게 보면 대화다.
그렇게 자주하고 중요하다 보니 이러한 대화의 스킬을 배우는 학원도 많이 생겼다.
근데 스킬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면의 힘이 말의 힘이 되고
내면의 충실함이 말의 충실함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기술로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인 바,
말에도 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대화관련 스킬을 알아두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단계, 두단계 끊임없는 레벨업을 위해서는 분명 '내공'이 필요하다.
이번에 읽은 '말공부'에서는 고전 속 멋진 대화를 많이 담고있다.
논어, 맹자, 장자,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 설원, 세설신어 ...
유명한 대화가 많아서 일까 이미 아는 내용도 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다. 반반이다.
제1편 촌철살인寸鐵殺人, 단 한 마디로 끝내라
제2편 언중유골言中有骨, 평범한 말 속에 깊은 뜻을 담는다
제3편 지피지기知彼知己,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대화해도 위태롭지 않다
제4편 언어유희言語遊戱, 유머와 감성으로 통하라
제5편 우화우언寓話寓言, 이야기로써 풍자와 교훈을 전한다
제6편 이류이추以類而推, 비유와 인용을 활용한다
제7편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 말한다
제8편 일침견혈一針見血, 한 방에 핵심을 찔러라
제9편 선행후언先行後言,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제10편 일언천금一言千金, 사람을 살리는 말, 망하게 하는 말
공자가 광나라 땅에서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나타났다.
공자는 혹시 제자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여
안절부절 못하다가 제자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그러자 안연이 대답했다.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죽겠습니까?" <논어>선진편 (P.17)
이 책에 처음 나오는 고전 속 대화인데
어떻게 보면 단순한 대화라고 보일 수 있으니, 이 것은 잘 해석해봐야 한다.
안연은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다 보니 얼마나 걱정이 되었겠는가?!
그 걱정을 알아채고 안연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답변을 한다.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죽겠습니까?"
아마도 속 뜻은 "저는 무사하니 걱정마십시오."
안연이 만약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공자의 격을 떨어뜨리는 누를 끼치게 된다.
많은 제자를 거느린 스승이 한 제자의 생사에 오두방정 떠는 격이니 말이다.
완벽한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단순하지 않다.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정답이 완벽한 오답이 될 수 있다.
말은 뜻을 전달하면 그만이다.
인위적으로 꾸며서 제나라 군주에게 말할 필요가 없으며,
가장 좋은 것은 초나라 왕으로 부터 받은 명을 그래도 좆는 것이다.
들은 대로 전하는 것이 뭐가 어렵겠는가? (P.39)
가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꼭 있다.
대화의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정신이 혼란스러울 때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사실만 전달하자! ㅋ
공자는 "겉과 속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외모와 말솜씨를 키우는 노력과 함께 내면을 채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려 하고,
다른 사람의 재능을 키워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P.69)
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갔을 때, 활을 잃어버린 활을 찾고 있는 신하에게 말한다.
"그만두어라. 어차피 초나라 사람이 주을 것인데 뭣하러 찾겠는가?"
신하와 백성을 생각하는 정말 멋진 왕이다.
그런데 공자는 '초나라'라는 말을 빼면 더 좋았을 것이라 말한다.
오... 대.단.하.다.
배움이란 모든 상황에서 다 같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품과 상황과 지식의 정도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주어져야 한다. (P.86)
공자에게 두 제자가 같은 질문을 하는데 공자는 각각 다른 대답을 해주는데
책에서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래서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힘든가보다!
혜자가 설명했다.
"무릇 설명이란 상대가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모르는 것을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이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비유를 들지 말고 말하라고 하시니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설원> (P.172)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비유를 정말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상황을 이용하는 적절한 비유
다양한 분야의 왕성한 독서만이 이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공자도 새 사냥꾼에게 배우는데, 하물며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이 스승이다' 이 말이 정답!!!
진목공이 수레를 몰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레가 부서져, 수레를 몰던 말 한마리가 도망쳐 버렸다. 목공이 말을 찾으러 가자 한무리의 시골 사람들이 이미 말을 잡아서 막 먹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말을 잃은 목공은 속으로 탄식을 했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준마의 고기를 먹고서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는 말고기가 그대들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오."
그리고 술을 베풀어 두루 마시게 하고 돌아갔다. 그 1년 후 전쟁이 일어났다. 진목공도 참전을 했는데, 다른 진나라 군대에 의해 포위를 당해 위기에 빠졌다. 이때 어디선가 삼백 명의 군사가 홀연이 나타나 진목공을 구해주었다. 바로 말고기를 먹었던 그 시골 마을의 사람들이었다. (P.207)
이 같은 상황에서 나도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세상을 좁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모르니 원수는 만들지 말아야겠다.
유비가 죽기 전 제갈량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아들이 부족하면 폐하고 그대가 스스로 대권을 가져도 좋소'
이 한마디에 제갈량은 유선이게 충성을 맹세하게 되는데...
정말 명대사다!
증자의 아내는 아이가 울자 달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시장에서 올 때 돼지를 잡아주마."
이 말에 증자는 진짜 돼지를 잡았다는 ㅎㅎ
심심하면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고전 속 대화다.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없고,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
대화의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얼마나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기겠는가?!
공부 또 공부하는 수 밖에...
말공부의 시작은 고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전은 일단 오랜시간 검증된 교과서니까^^